선입견을 넘어서다, 쉐보레 말리부 디젤

선입견을 넘어서다, 쉐보레 말리부 디젤

 

쉐보레가 디젤 엔진을 품은 중형 세단을 소개했다. GM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이 생산한 2.0리터 디젤 엔진과 아이신 2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가솔린 모델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다른 디젤 세단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말리부 디젤을 시승했다.

외관은 기존 가솔린 모델과 차이가 없다. 심지어 엠블럼까지 동일해서 겉으로는 구분하기 힘들다. 실내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기존 말리부와 거의 동일하다. 운전자가 시동을 걸기 전까지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차이점은 타코미터의 회전수 표기뿐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시작하면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35.8kg.m의 강한 토크가 발휘되어 무리하지 않아도 빠른 가속이 이뤄진다. 필요에 따라 급격히 가속할 때는 내구성의 한계까지 출력을 몰아붙이는 오버부스트 기능을 사용해 시원한 가속력을 뽐낸다. 이러한 기본 성능은 엔진이 달라지면서 증가한 차체의 무게를 잊게 만드는 말리부 디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강해진 힘을 뒷받침하기 위해 디젤 모델에는 새롭게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이 변속기는 자동변속기 특유의 멈칫하는 느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행 중 변속되는 과정에서 차체가 흔들리는 현상이 적어 승차감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 뒤편에 장착되는 패들시프트 대신 변속레버에 버튼식으로 달린 토글시프트 기능은 아쉬운 부분이다. 토글시프트 사용을 위해 변속레버를 내리면 키가 작아 시트를 앞으로 당겨야 하는 운전자에게는 불편한 자세가 연출될 수도 있다.

말리부 디젤의 서스펜션은 늘어난 무게에 잘 대처해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균형을 이룬다. 굴곡진 도로에서는 주행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차체가 흔들리게 되는데, 서스펜션 각 부분이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차체의 균형을 유지한다. 코너를 빠져나와 차체가 제자리를 잡는 구간에 진입하면 4개의 서스펜션이 제각각 출렁이지 않고 탁월한 균형 회복 능력을 자랑한다.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일반적인 감속과 완전히 정지하는 상황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인다. 시승차의 경우 주행거리가 짧아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은 브레이크 시스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동으로 인한 불안감은 받지 못했다.

정차 중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디젤 엔진임을 감안해도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정도이며, 주행 중에도 엔진음에 대한 대책은 준수하다. 그러나 고속주행에서 차체 안으로 파고드는 풍절음은 거슬리는 편이다. 100km/h를 넘어서면서 들이치기 시작하는 풍절음이 속도를 높일수록 예상보다 강하게 들이쳐서 듣고 있던 음악의 볼륨을 높여야 했다. 이 부분은 차후에 개선되리라 기대해 본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실제 연비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한계령에서 강릉까지의 시승코스는 저속과 고속구간이 뒤섞여 있었지만 심한 정체구간은 없었기 때문에 객관적인 연비 데이터를 얻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주행을 마친 후에 확인한 평균연비는 무려 17.8km/L를 기록했다. 이는 쉐보레가 밝힌 복합연비 13.3km/L는 물론, 고속도로 연비 15.7km/L마저 상회한 수치로서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첫째 목적인 뛰어난 연료효율에 충분히 부합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말리부 디젤은 실용적인 면을 강조한 중형 세단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인 5명이 탑승해도 부족하지 않은 강한 힘, 적은 비용으로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는 효율성, 역동성보다는 안정감을 우선시한 하체, 이미 검증된 뛰어난 안전성 등 디젤 엔진을 얹은 중형 세단으로서의 모든 것들을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격표를 살펴보면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말리부 디젤의 가격 자체는 당초 예상보다 착하게 출시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가격대비 상품성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가솔린 최상위 트림에 모든 선택사양을 더한 풀 옵션 차량을 디젤 모델에서 동일하게 구성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는 점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엔진의 종류에 따라 옵션을 차별해 선택의 폭을 좁히는 국내 제조사들의 이러한 행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글 / 이진혁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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