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개조와 여자친구

자동차개조와 여자친구

 

나는 FORTE LOVE라는 자동차 동호회에서 활동한다. 정기모임에 열심히 참가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많이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 개조부문에서는 사진자료를 올릴 때마다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사진을 올리는 게시판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사진을 올린다. 사진으로 자신의 손기술을 자랑한다. 한번 더 생각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차와 손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개조 기술을 공유하고 ‘포르테’라는 자동차를 조금 더 운전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완성형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왜 차는 처음부터 완성형으로 나오지 않는 것일까? 자동차는 공장에서 조립된 양산형 자동차로 나온다. 그리고 내가 타는 준중형 자동차는 고급차량에 비해서 많은 부분이 제외되어 나온다. 심지어는 문을 여닫을 때 차가운 기계마찰음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부품이나 방음처리조차도 원가절감이라는 정책아래 제외되어 버린다. 내 차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나는 처음에는 자동변속기, MP3오디오만이 장착된 무옵션 차량을 샀다. 나에게 자동차 개조는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나는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 지금은 열심히 하지 않지만 공부가 일이 된다면 목숨 내던져 한다. 하지만 공부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자동차를 선택했다. 내가 자동차를 좋아할 뿐 아니라 자동차 관련산업은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동차 개조에 이렇게 열중하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잊어서는 안되는 기억이지만 기억이 날때마다 너무 괴롭다. 머리 때문에 복잡한 상황은 몸을 힘들게 하면 잊혀진다. 자동차개조에 대해 열중할 때면 가슴아픈 기억에서 벗어난다.

나는 자동차도 있지만 여자친구도 있다. 원래 인생계획에는 없었던 일이지만, 사람감정이 마음대로 안되는 경우도 있다. 여자친구는 나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나도 다른 여자한테 질투하고 싶어, 자동차 말고.” 여자친구는 내가 자동차 개조를 하는 것을 싫어한다. 다른 커플들이 만나는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나는 여자친구 대신 자동차 개조를 하기 위해 서울과 일산, 포천에 머물기 때문이다. 자동차 개조는 많은 정성과 시간, 자금과 지식이 필요하다. 내가 만들어 넣었던 부품 중에 작은 것 하나도 대충 장착하는 것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한다. 마치 공장에서 나온듯한 순정형 튜닝이라는 기준에 벗어나지는 않는지, 만약 벗어난다면 어떻게 만들어 붙어야 원래 있었던 듯한 분위기가 나오는지 연구한다. 그리고 먼저 가조립을 해본다 그리고 예상도를 그려보고 내 처음 생각과 맞다면 이제 가공, 오려내기를 시작한다. 가공은 매우 신중한 작업이다. 한번 실수하면 가공하고자 했던 부분의 부품을 통째로 새로 사서 교체해야 하는 큰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가공 뿐만이 아니다. 원래 있던 부품에 색을 다시 칠하는 도색, 없던 부품을 만들어내는 장착, 그리고 어두운 부분을 밝게 만들고 화려하게 하는 전기 배선작업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다. 전구 하나를 새로 달아도 기존의 외장부품, 내장부품을 다 뜯어내고 원하는 전선을 찾아내고 연결, 마무리까지 해야 하는 과정은 말처럼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이런 과정들의 연속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어느 곳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어느 곳은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주말에 만나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의 자동차개조는 전역하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고, 여자친구는 엄밀히 말한다면 내 인생에 난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는 참 좋은 사람이다. 나이 많은 나한테 와서 이런 저런 고생해가며 옆에 있다. 자동차도 나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히나 내 부주의로 크게 두 번이나 다친 자동차라 더욱 애지중지 할 수밖에 없다. 이 두 존재를 공존하게 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대안을 생각해보았다. 여자친구에게 자동차 교육도 시켜보고, 내가 자동차 개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개조하기 전과 후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기도 했다. 내가 실내에 네비게이션을 2개 장착했던 날 오후 11시 정도에 찾아가서 자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자기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자동차 자랑하러 왔다고 핀잔만 주고 발로 차고 때렸다. 차에다 쓸 돈을 자기한테 투자해 보라고 혼난다. 그리고 나는 TEAM LIMITED라는 소규모 자동차 개조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내 차가 변신했다. 하지만 모이는 시간은 일주일 중 가장 황금시간대인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아침까지이다. 이 팀은 자동차 개조의 수준을 넘어서 부품교환, 정비, 자동차의 외관을 꾸미는 드레스업과 내장, 편의장치의 장착이 아닌 자동차의 주행성능 자체를 상승시키는 퍼포먼스튜닝, 거기에 전문세차와 광택관리까지 한다. 다양한 전문기술을 익히는 이런 시간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포기하면서 얻는 시간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여자친구와 자동차개조는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지금 내가 고민하는 이 이유로 수많은 커플이 헤어졌다. 헤어지는 커플의 남자들은 결국 자동차를 선택한다. 그리고 자동차 동호회에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여성회원을 꼬시고, 커플이 되고 결혼을 한다. 일반적인 결론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떨까? 일단 여자친구는 차에 대한 나의 애정을 이제는 인정한듯한 언행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일시적인 거라고 확신한다. 이런식으로 간다면 내가 뻥 차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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