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닥터는 왜 이렇게 비쌀까?

 

현대, 21세기에 도시인은 디지털을, 특히 컴퓨터와 떨어져 지낼 수 없는 현실 속에 파묻혀있다. 컴퓨터로 일을 하고, 놀고, 생활하는 우리들이다. 그런데, 컴퓨터를 사용하는 오늘날의 사람들이 의외로 모르고 지나가는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 첫 번째는 컴퓨터는 소모품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수명이 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마치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는데 필요한 산소가 인간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것처럼, 컴퓨터도 전기가 없으면 작동할 수 없지만 전기로 인해 수명을 잃게 된다. ‘일렉트릭 쇼크’라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컴퓨터 하드웨어는 스스로 진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신의 프로그램은 더 많은 스펙을 요구한다. 오늘 구매한 노트북이 4년 뒤에는 새로운 시스템 적용이 버거운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컴퓨터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정밀한 기계다. 컴퓨터 탄생 이후 크기는 작아지지만 성능이 비약적으로 오르는 것은, 정밀도가 급상승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컴퓨터가 망가지면 우리는 일명 ‘컴닥터’라고 통칭되는 출장수리기사의 도움을 받는다. 수리가사가 방문을 하고, 컴퓨터를 살펴보고, 견적을 내고 수리에 들어간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컴퓨터 출장 수리기사는 기술직인 듯하다. 그러나 이들은 기술직이 아니라 ‘영업직’에 가깝다. 대부분이 급여와 인센티브를 수령하는 형태의 급여체계를 가진 직장인이 아니라 개인소득을 올리는 ‘사장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문하시는 수리기사님들은 최대한 수익을 내어야 하기 때문에 망가진 부품 하나만 콕 집어 수리하지 않는다. 고장난 부품과 그 부품과 연관된 부품 전체를 수리하려 한다. 나중에 다시 오면 출장비가 추가로 든다는 말을 곁들여서. 이러한 방법을 업계에서는 ‘메이드 한다’라고 부르고 있고, 메인 콜센터 및 업계의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이 업계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할 수 밖에 없는 관행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어째서 컴퓨터 출장 수리기사들은 메이드를 할 수 밖에 없을까?

지원자는 정식으로 입사하고 2일의 동반교육과 1일의 센터교육, 3일의 실무영업을 시작한다. 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내 역사 사상 최악의 파괴적인 수익구조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본사(콜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와 수리기사는 월 매출을 5:5로 나눈다. 수리기사의 매출이 월500만원이라면 본사가 250만원을 가져가고, 수리기사는 250만원을 가져간다. 하지만 월 매출 500만원에 대한 세금은 수리기사의 매출에서 지급한다. 그러면 250만원-(500만원 * 0.1), 수리기사의 수익은 2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거기에 수리기사는 본사 콜센터 사용 수수료로 최소 50만원이상 본사에 지급한다. 또 있다. 수리 과정에서 본사에 요청했던 수리자제비용도 차감된다. 이렇다면, 한 달 올린 매출의 약 20% 정도만이 수리기사의 온전한 수익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저런 수익구조를 가지게 된 다른 이유가 있다. 수리를 청구한 고객들의 터무니없는 에누리 시도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조그만한 부품 하나 바꿔준건데 공짜로 해주세요’, ‘부품 바꾸는 것도 없이 클릭질만으로 고칠거면 뭐하러 출장비 주나, 내가 직접하지’, ‘부품 값이 5만원인데, 출장부품교체비용이 왜 5만원이 넘죠? 사기 아닌가요?’ 등등. 에누리가 실패하면 소비자는 수리기사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며, 어떻게든 비용을 깍아 내린다. 혹여라도 이 방법이 성공하면 주변에게 무용담처럼 자랑하며 이야기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도 이렇게 비용을 깍을 테고,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매출이 줄어들면 순이익이 줄어드니 협상을 전제로 최대한의 메이드를 작업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관례이니 따르라고 제시하는 요구사항들이 있었다. 현장교육, 센터교육을 마치고 현자에 투입되어 매출이 발생할 때 즈음 이런 요구를 한다. 홈텍스 계정(ID/PW), 통장원본, 금융거래공인인증서를 본사로 체출하라는 권고이다. 본사에서 세금관련 처리를 대행해준다고 한다는 근거로 말이다. 이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그래도 수리 기사들은 내어줄 수밖에 없다. 내주지 않으면 콜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와 내 내가족의 안위가 위태해기지에, 삶을 저당 잡히는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확인했다. 이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현재의 컴퓨터수리 업계의 수익구조를 고쳐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사업구조는 ‘컴닥터’라는 회사가 15년 동안 쌓아올린 하나의 카르텔이 되었다. 적폐가 되었다. 택시의 사납금 제도나 파견근무자 급여 갈라치기보다 심하다.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던 신부님과 같이 했던 대리기사도 매출의 80%는 대리기사에게 보전해준다.

혹시라도, 카르텔 기득권이 서류상으로 협력업체로 등록된 직원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으려 할까?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포기할 사업주는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네 컴퓨터 수리점이 대안으로 가능할까?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동네 컴퓨터 수리점의 대부분이 필드에서 높은 경험을 쌓고 독립한 기술영업의 초 고수들이다. 현장기사가 중대장급 전투기술급 영업력을 갖추었다면 동네 컴퓨터 수리점은 사단장급 이상의 영업전략 기술과 경험을 갖췄다. 일단 조우하면 고객을 향해 융단폭격을 날려 올 것이다. 동네 컴퓨터 수리점이 대안이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현장수리기사 시절에는 가장 큰 사업적 지출이 자차유지비였다면, 본인의 매장을 차린 동네 컴퓨터 가게 사장님은 차량유지비에 가게유지비까지, 거기에 직원까지 있다면 더욱 많은 수익을 올려, 사업을 유지해야 하기에 더욱 처절하고 냉혹하게 영업한다.

시장이 사업자에 의해 판이 짜여지고, 사업주의 주도 하에 움직이는 현실이다. 진정코 고객은 호갱이 될 수밖에 없는가? 생각의 범위를 추상화, 단순화 해보면 시장은 아주 넓은 범주로 보면 서비스를 공급하는 자와 서비스는 제공받는 자의 상호영향성과 수익점의 균형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제공자가 바꿀 생각이 없다면 받는 자가 현장수리기사의 수익을 보장하게끔 바꾸려 노력하면 된다.

받는 자로부터의 시장발전의 핵심 키워드는 ‘메이드’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상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 소비자 해야할 첫 번째 일은, 컴퓨터 사용자가 컴퓨터 하드웨어에 대한 기초 지식 정도는 공부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다. 사용자가 엔지니어급의 전문기술까지 배운다면 그만큼 비효율적인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메이드’의 마수에서 벗어날 확률은 현저히 높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출장수리기사가 제시하는 정상적인 범위의 공임을 소비자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이해 해주어야 한다. ‘메이드’를 만들어낸 이유제공자 중에 하나가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수리기사의 공임이 비싸다고 하고 에누리를 하려 하니 수리기사는 수익을 높게 잡는 것부터 협상을 시도하고, 이런 과정 속에 정형화된 방식이 ‘메이드’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들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면, 컴퓨터수리업계 시장은 최소1%에서 최대 50%까지는 지금보다는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상이 가능해진다.

제시하는 방법 모두 안타깝지만 법과 제도의 권위를 빌리는 것이 아닌, 사람의 가슴에 호소하는 형태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이 행태를 제재하는 법은 없다. 또한 법이 있다고 시장경제체제 안에서 자리 잡은 체계를 인위적으로 바꾸려 해도 소용없다. 현실세계에서는 법은 멀고 현실을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력하면 결국 시장은 변화한다. 출장수리기사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돌아가게 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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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혀진 어느 철학과의 후예, 그리고 예비역 육군 상사. 어려서부터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는 천주교 사제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망치듯 마주한 철학과에서 길을 찾게 된다. 학자금대출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대학원을 포기하고 다양한 일을 하며 사회에서의 첫 번째 십 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예비 미중년.  철학의 어느 한 분야를 집중 공부하기 보다는 사람의 삶에 있어서의 철학함에 더 관심이 더 쏠림. 최근의 관심사는 '철학가는 정치가가 될 수 없는가.' 더 많은 사람과 철학함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동원해 JNA 사이트를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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