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지 않는 에어백의 불편한 진실

터지지 않는 에어백의 불편한 진실

■ 국내 제조사 자체 기준에 부합해야 정상 작동
■ 에어백 센서 장착 위치 문제 있어
■ 내수용은 구형 에어백, 수출용은 최신 에어백
■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안전에 대한 중요성 인식 필요

큰 충격에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고를 겪은 당사자나 사망사고의 유족들은 에어백 미전개가 제조사의 과실이라며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지만, 제조사에서는 제작상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과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과연 에어백 미전개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 과실일까?

1950년대에 발명된 에어백은 정면충돌 시 탑승자의 몸이 급격히 숙여지며 머리와 상체가 손상되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는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무릎보호 에어백 등이 추가되어 다방면으로 안전도가 향상되었다.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에어백의 전개조건에 대해 명확하게 정해진 규제방안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1960년대에 이미 에어백 장착에 대한 기준을 세웠는데, 그 기준은 22km/h의 속도로 콘크리트 벽과 충돌 시 가해지는 물리적 힘의 값을 초과할 경우 에어백이 터지고 12km/h 이하에서는 터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현재는 모든 차량에 최신의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미국에서 적용될 뿐이며 제조사와 국가별로 각기 다른 판이한 기준을 갖고 있다.

국내 자동차 관리법에서는 에어백의 성능에 대한 기준과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에 따라 국내 제조사가 내수 판매모델에 자체적으로 세운 기준은 에어백 정면센서 기준 충돌속도 30km/h 이상, 오차각도 30° 이내에서 작동된다는 것. 그렇다면, 분명히 작동 기준을 넘어서는 사고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30km/h라는 충돌속도에 있다. 제조사의 기준은 일반적인 속도일 뿐이지 가해지는 힘의 정도가 아니다. 따라서 동일한 30km/h 이하의 속도라 해도 덤프트럭과 같은 차량과 충돌했을 때 가해지는 충격이 더 크지만 에어백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에어백 센서의 작동 범위다. 센서 전방 30° 이내의 각도에서 직격으로 부딪혀야 작동한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 이 범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좁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실제 사고 상황들과 괴리가 있는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세 번째 이유, 그것은 바로 에어백 센서의 장착 위치다. 30km/h 이상의 속도에서 30° 이내의 각도로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해도 1차 충격에서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센서에 도달하는 힘은 충돌 순간 발생한 힘보다 약해져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 충격의 힘이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에어백 센서가 차량의 어떤 부분에 장착되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국산차의 경우 정면 센서는 헤드램프 상단 부근에 좌우 1개씩, 측면 센서는 B필러와 C필러 내측 차체 하단에 장착되어 있다.

그런데 국산차의 에어백 센서 위치를 확인하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모든 센서들이 사고 충격에 대한 1차적인 감지가 어려운 깊숙한 곳에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차종은 정면 센서가 엔진룸 안쪽에 장착된 경우도 있었다. 결국 최초 충돌 시에는 에어백 작동 조건에 부합하더라도 에어백 센서까지 도달하면서 힘의 크기가 줄어들면 에어백은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이렇듯 국산차의 에어백 센서가 대부분 1차 충격을 그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에 장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사는 충격의 정도가 에어백 전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조건에 부합하는 자체 시험에서 정상 작동하기 때문에 제조사 과실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수입차의 경우 대부분 국산차보다 바깥쪽에 센서가 달려 있어 충돌에 대한 반응이 훨씬 즉각적이다. 특히 안전의 대명사라 일컬어지는 볼보자동차의 경우 센서의 위치가 정면은 범퍼 바로 안쪽, 측면은 도어 바로 안쪽에 장착되어 전체적으로 가장 바깥쪽에 센서가 위치해 있다. 게다가 센서의 개수도 훨씬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국내 제조사는 저속에서 사고 발생 시 에어백이 터지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경고한다. 제조사가 저속에서의 에어백 전개를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내수용과 수출용 에어백 방식의 차이에 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국내 제조사의 북미지역 수출용 모델에는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장착된다.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2가지 기능을 발휘하는 민감한 센서와 더불어 탑승자의 무게까지 감지해 팽창하는 세기가 조절되기 때문에 충돌 정도에 따라 저압팽창과 고압팽창으로 구분해서 전개가 가능한 발전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내수용의 경우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값비싼 소수의 차종에만 그나마 3세대 ‘스마트’ 에어백이 적용되며, 그 밖의 모든 차종에는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이 장착된다. 디파워드 에어백이란 1세대 에어백의 팽창 압력만 약간 줄였을 뿐, 임팩트 형식의 센서가 작동함과 동시에 한 번의 점화로 에어백이 100% 팽창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여전히 저속에서는 사고의 충격보다 에어백의 충격으로 인해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저속에서의 에어백 작동을 최대한 억제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수출용 모델에만 발전된 형태의 최신 에어백을 적용하는 것일까? 제조사의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내에서는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이 의무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디파워드 에어백을 장착한다는 것이다. 또한 디파워드 에어백으로도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해 차량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디파워드 에어백이 세팅에 따라 어드밴스드 에어백의 성능을 능가하기도 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세팅으로도 기본적인 작동원리의 한계 때문에 디파워드 에어백이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능가할 수는 없다. 또한, 제조사의 주장대로 디파워드 에어백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어째서 내수용 최상위 일부 차종에는 스마트 에어백을 장착하는 것일까? 게다가 북미 수출용 전 차종에는 가격이 높다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달렸지만 내수용보다 오히려 차량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국내 판매되는 수입차의 경우, 국내 법규상 의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산차와 반대의 비율로 소수의 차종에만 디파워드 에어백이 장착되며 대부분의 차종에 스마트 에어백이나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달려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에어백 센서의 장착 위치에 대한 타당성 부족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더 우수한 에어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내 제조사가 앞장서서 적용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 기준이 없다 해도 자사 차량을 구입한 고객과 그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제조사는 최고의 안전장비를 동원해야 한다. 자동차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편리한 기계 중 하나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갈 수 있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동차를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회사라면 법규를 떠나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세워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국산차 제조사에게 청원한다. 에어백 센서의 장착 위치와 작동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디파워드 에어백이 아닌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국내 판매 전 차종에 기본 적용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점은 에어백이 터져서 늘어나는 수리비가 아니라 사고 순간에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더 이상 원가절감을 위해 다른 부분이 아닌 ‘안전’을 우선순위에서 멀리해서는 곤란하다. 좋은 차와 잘 팔리는 차는 엄연히 다르다. 당장의 수익만을 목표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그저 하나의 기계덩어리일 뿐, 절대 좋은 자동차로 인정받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에게 성토한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본기와 안전이다. 하지만 쉽게 녹이 슬고,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실내에 가스가 차고, 선루프가 저절로 깨지고, 엔진은 터지는데 에어백은 터지지 않는, 이토록 최근 유래를 찾기보기 힘들 정도로 기본기와 안전성이 턱없이 부족한 사례들이 속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그런 자동차를 아무렇지 않게 구입하고 있다. 결국 그런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가 시장에서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게 된 지금의 상황 일부는 소비자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사, 편집 / 이진혁 기자,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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