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무한정

한정(peras)/무한정(apeiron)

모래사장에 원을 그리면 모래사장은 원 안과 원 밖으로 분리되며, 안과 밖은 서로를 한정하게 된다. 이렇게 원이 그려지기 전의 상태나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상태를 무한정의 상태라고 한다면, 원이 그려진 상태나 분화된 상태를 한정의 상태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에이도스(ēidos) 혹은 형상은 한정의 원리였고, 힐레(hylē) 혹은 질료는 바로 무한정의 원리로 사유되었다. 이처럼 서양 사유에서 한정의 원리는 무한정의 원리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반면 신유학의 사유를 제외하고 동양 사유에서는 한정의 원리로서 이(理)는 무한정의 질료로서 기(氣)를 초월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모이고 흩어지는 기(氣)에 따라 이(理)는 다양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사유되었던 것이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 :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 그린비 출판사(2011), p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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